개발자 퍼스널 브랜딩 후기

2023년 2월 18일

나는 어떤 개발자인가?


나는 누구인가?

문장 그 자체만으로 바라보면 위 질문에 대해 아주 수월하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하는게 당연하다. 이 심플한 질문을 받은 사람은 가족도 친구도 제삼자도 아닌 나, 본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대부분 사람들은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기도 어려워한다.

그럼, 주제를 조금 더 좁혀보자. 나는 어떤 OOO인가? 빈칸에는 직업이나 직급, 직책 그 밖의 다양한 역할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개발자, 팀원, 친구, 동기, 후배, 선배, 막내딸, 여자친구, 필라테스 수강생, 롤 유저 등 … 내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포지션을 대입해보면 질문에 대한 생각의 범위를 좁힐 수 있다. 포지션은 자세할 수록 좋다. 빈칸에 넣을 포지션을 선택했다면 그 역할을 하는 동안 어떤 경험을 해왔고 어떤 것을 가장 추구하며, 어떤 것을 할 때 가장 기분이 좋고 나쁜지 생각해보자.

가벼운 예로 롤 유저를 들어보겠다. 나는 주로 서포터를 해왔고 즐겜을 추구하며, 원딜이 잘 컸을 때 기분이 좋고 남 탓하는 팀원을 만났을 때 기분이 나쁘다.

문장을 조금 다듬어보자면,

  • 주로 서포터를 한다 → 도움을 주는 것을 좋아한다.
  • 즐겜을 추구한다 → 승패에 연연하기보다는 함께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에 의의를 둔다.
  • 원딜이 잘 컸을 때 기분이 좋다 → 역할에 충실하다. 도움을 주는 것을 좋아한다.
  • 남탓하는 팀원을 만났을 때 기분이 나쁘다 → 부정적인 사람을 싫어한다. 팀워크를 중요시한다.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누어진 문장들을 다시 한 문장으로 만들어보자. “팀워크를 중요시하며, 본인의 역할에 충실하려 노력하는 즐겜 서포터” 정도로 정리가 되었다.

포괄적인 역할 한 단어(=롤 유저)보다는 특징을 보여줄 수 있는 한 문장으로 표현했을 때 팀원들은 이 사람이 어떤 스타일로 게임할지 어림짐작을 해볼 수 있다. 포지션을 개발자로 변경해 문장을 정리해두면 서류 심사자, 헤드헌터, 면접관 혹은 팀원들이 내가 어떤 개발자인지 한눈에 알아보기 쉽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는 과연 어떤 개발자라고 말할 수 있을까?

글의 시작을 퍼스널 브랜딩을 아주 잘해오던 사람인 양 적어보았다 🤪 사실 이런 생각을 진지하게 해볼 수 있었던 시작은 개발자 퍼스널 브랜딩 워크숍이었다.

개발자 퍼스널 브랜딩 워크숍

어쩌다 보니 프로 이직러..로서 이력서 업데이트와 면접은 나에게 연 행사와 같았다. 레드오션 채용 시장에서 좀 더 매력적으로 나를 어필할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에 지인으로부터 개발자 퍼스널 브랜딩 워크숍 페이지 링크를 건네받게 되었다.

퍼스널 브랜딩을 워크숍까지 참여하면서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잠시 스쳤지만, 브랜딩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잘 하는 프로분들에게 조언을 받으면 고민할 시간이 반으로 줄어들지 않을까? 해서 수강 알림 대기를 해두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과정 오픈 메일을 받게 되었고 또 잠시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지만 신청한다고 무조건 참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잊고 살고 있었다.

선발 메일

운이 좋게도 1기 참여 인원으로 선발되었다. 총 6주로 구성된 프로그램은 매주 수요일 저녁 7시부터 약 2시간가량 진행되었다.

그동안의 워크숍 진행 방식과 간단한 후기를 남겨보려고 한다. 6주 전의 일을 다시 꺼내어 쓰려고 하니 기억이 흐릿하다. 그때부터 데일리 회고를 남겨두었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과 함께 끄적여본다.

1주차

설레는 마음으로 갔다. 퇴사 후에 혼자 쉬는 시간을 보내던 터라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낯선! 분들을 만나는 것도 간만의 일이었다. 함께 하게 된 분들은 총 6명의 개발자(나를 포함하여 주현님, 이슬님, 민지님, 환석님, 정규님, 순규님)분들과 프로그램을 진행해주실 수민님과 민석님 이렇게 8명이었다.

크지 않은 공간에 동그랗게 마주 앉을 수 있는 책상과 의자가 준비되어 있었다. 각 책상에는 이름과 오늘의 기분 점수, 오늘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적는 종이가 있었다. 이 종이는 앞으로 6주 동안 함께하게 된다. (+추가적인 질문 1개는 매주 변경된다!)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며 오늘 하루를 함께 회고하기 위해 민석님이 준비해오신 질문들이었는데, 처음에는 뭘 적어야할지 고민이 많이 되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적기가 수월해졌다.

첫 주차의 주제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였다. 가장 어려운 질문을 첫날부터요? 다행히도 이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 볼 수 있는 과정을 안내해주셨다.

바로 “나”라는 사람의 키워드를 하나씩 뽑아보는 것이었다. 나는 누구인지(WHO),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WHAT), 어떻게 할 수 있는지(HOW) 포스트잇에 작성해 붙여보는 것이었다.

나는 누구인가 포스트잇

개발자를 포함해 다양한 포지션의 타이틀을 작성했다. 다른 색의 포스트잇에는 그와 관련해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작성해보았다. 그러고는 관련된 키워드들을 연결해보았다. 연결된 키워드를 내세워 내가 어떤 사람인지 공유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살짝 부끄럽고 어색했지만, 일반적인 자기소개보다는 개인적인 특징을 담은 키워드를 통해 구성원분들을 더 알아갈 수 있었다.

2주차

1주차에 작성한 키워드를 기반으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좀 더 구체화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룹화한 키워드들을 매끄러운 한 문장으로 만들어보는 것이 목표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세션이었다. 혼자 하려니 뒤죽박죽 이상한 문장이 만들어졌는데, 구성원분들과 상호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조금씩 문장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3주차

3주차에는 “나”라는 브랜드 만들기를 주제로 외부 연사 요창님의 특강이 있었다. 요창님의 한 문장을 도출해내기까지의 경험을 기반으로 재미있는 발표를 해주셨다.

굉장한 퀵스타터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겁을 먹지 않고 일단 도전해보는 마인드를 가지고 계신 듯했다. 이미 셀프 브랜딩을 잘하고 계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직접적인 동기부여를 받고 간다는 점도 워크숍의 또 하나의 장점이었다.

4주차

(설령 브랜딩을 위한 목적으로 시작한 활동이 아니었더라도) 대외활동을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알리는 도구 중 하나로 브랜딩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각자 지금까지 개발자로서 어떤 대외활동을 해왔는지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블로그와 오픈소스 컨트리뷰팅, 해커톤, 스터디 경험을 나누었다. 이야기하다 보니 여러 대외활동 경험은 있지만 주기적으로 꾸준히 하는 활동이 없다는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5주차

“나”라는 브랜드 널리 알리기를 주제로 동준님, 성현님 두분의 패널토크 세션이 있었다. 아쉽지만 늦게 퇴근하게 되어 메인 세션은 듣지 못하고 Q&A 시간 막바지에 참여하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고민을 공유할 기회를 주셔서 4주차에 했던 고민과 이직 후 빠르게 적응하는 방법에 대해 질문을 드렸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그중에 집중하고 싶은 대외활동을 하나 선정해서 꾸준히 해보는 것이었는데, 가장 진입장벽이 낮기도 하고 꾸준히 하기 쉬운(?) 블로그를 선택했다. 글감을 찾기 어렵다면 매일 있었던 일들을 짧게라도 노트에 작성해보는 방법을 추천해 주셨다. 이 방법을 듣고서는 매일 일기장에 회고를 적기 시작했다.

두 번째 질문이 특히 기억에 남는데, 실제 경험에서 비롯된 현실적인 조언을 많이 주셨다. 커피챗으로 동료들과 친해지기, 회사 위키에서 주간 보고 찾아보기, 짧은 시간 내에 증명할 수 있는 이슈 정하기 등 지금의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말씀들을 해주셨다. 어렵지만 적용해보려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각한 나에게는 30분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꿀팁 종합세트를 얻어갈 수 있던 특강이었다.

6주차

지금까지 함께 만들어 온 “개발자로서의 나”를 표현할 한 문장을 공유했다. 그동안의 많은 피드백을 통해 수정해나간 결과 “배움을 공유하고 회고하며 함께하는 성장을 지향하는 지식 공유자” 라는 문장을 완성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이 문장을 계속 활용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 같다.

추가로 2023년 달성해야 하는 일/이루고 싶은 일/하고 싶은 일로 항목을 나누어 버킷 리스트를 작성해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퍼스널 브랜딩 워크숍을 해오면서 내가 어떤 활동에 집중해야 할지 목표를 세우는 것은 쉬웠다.

  • 매일 가볍게 회고하기
  • 한 달에 1개 포스팅하기
  • 멘토링 2회 이상 진행하기
  • 스터디 2회 이상 리딩하기
  • 개인 프로젝트 오픈하기

하나씩 목표를 이룰 때마다 구성원분들에게 공유를 드리고자 한다.

소감

부담 없이 좋은 분들과 재미있는 6주를 보냈다. 수요일에 동기부여를 받고 가면 한 주를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퍼스널 브랜딩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아직 나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지만 그 답에 한 발짝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친구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아쉽지만 워크숍은 끝이 났다. 전처럼 매주 오프라인으로 만나서 힘을 얻고 갈 수는 없지만 앞으로도 슬랙 채널을 통해 꾸준히 연락하며 지냈으면 좋겠다. 다음번에 다시 뵙게 된다면 훨씬 선명해져 있을 구성원분들을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feat. 민석님의 멋진 캘리그라피 선물 🎁)

민석님의 캘리그라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