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사를 5개월만에 그만두었다

2019년 8월 21일

개발 1년차 뉴비의 스타트업 탈출기


입사 전

4학년 때 인턴으로 8개월 간 회사를 다니고 인턴십 종료 후 서울에 올라와서 취직 준비를 하게 됐다. 사실 첫 회사에 대한 큰 욕심은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기술 스택으로 개발을 하고 좋은 동료들이 있다면 그만이었다.

취직을 위해 올인한 기간은 단 2주. 하루는 정말 가고 싶었던 회사를 최종 면접에서 탈락하게 되고 현타가 세게 와서 한동안은 그냥 공부하면서 쉬자... 라는 생각으로 누워있었는데 한 회사의 대표님으로부터 메일이 왔다. 내 이력서에 관심이 있으니 면접을 봤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최종면접 탈락으로 인한 현타 때문이었을까? 그 회사에 대한 정보도 충분히 알지 못한 채로 바로 면접 일정을 잡았다.

면접은 대표님과 한 번, 서버 개발자 분과 한 번으로 두 번 진행하게 되었다. (하루에) 회사의 규모가 매우 적고 (5명) 외주를 위주로 하는 업체라 반신반의했지만 결론은 나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내가 원하는 기술 스택을 쓰는 것도 맘에 들었지만 무엇보다 서버 개발자분이 정말 개발을 사랑하시고 열정이 넘치는 분처럼 보였기 때문에 긍정적인 마음으로 면접을 마무리짓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회사 측에서 나를 채용하고 싶다고 했고, 그렇게 정직원으로서는 처음으로 회사를 다니게 되었다.

입사 후

회사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동료 개발자분들도 열정이 넘쳤고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하고 싶었다. 사수님께도 정말 많이 배웠다. 프론트와 백엔드를 넘나들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최대한 공유해주셨다. 나도 신입으로서 팀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달렸다.

DjangoRestFramework를 사용해서 RestfulAPI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데이터를 관리할 관리자 페이지도 개발했다. AWS에 대해서도 처음 알게되었고 EC2 서버를 배포하는 방법 등 DevOps 지식도 조금씩 배우게 되었다. 회사에서 하는 개발이 재미있다 보니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 졌고 그래서 주말에는 개인 토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금도 하는 중이다)

개발 환경은 매우 만족했다. 다들 공공연히 아는 스타트업의 단점들로 인해서 가끔 힘들 때가 있었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이겨낼 수 있었다.

하지만 입사한 지 채 한 달이 안되었을 무렵에 갑자기 인수합병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인수 합병? 그게 뭐야.. 우리 회사를 다른 회사가 샀다는 말이다. 우리 회사를 산 회사는 우리에게 외주를 주었던 회사였다. 개발자들이 필요해서 인수를 한 것이다.

처음엔 많이 당황했지만 생각해보면 스타트업이라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인수 후에 급격하게 사정이 안 좋아져 월급을 밀리게 되었다.

한 달? 괜찮았다. 사정이 나빠졌으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두 달? 버틸만했다. 다음 달에는 나아질 거라 하셨으니까.. 세 달? 믿어야지. 믿을 수밖에. 네 달이 넘어간 순간부터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결론은 8월 20일부로 회사를 나오게 되었다. 아쉽기도 했다. 회사에 있는 사람들이 나쁜 건 아니니까. 하지만 사회 초년생인 내가 4개월을 꽁으로 일하기엔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했다.

회고

결론은 회사를 정할 때 회사에 대해 꼼꼼히 알아보자! 는 것인데 사실상 스타트업은 겉으로 봤을 때 이 회사가 괜찮은지 안 괜찮은지 판단하기가 매우 힘들다. 임금 문제 이외에도 내가 이 회사에서 원하는 포지션에 있을 수 있는지, 갑자기 서비스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뀌어버리진 않을지에 대한 문제들도 많기 때문에 이런 리스크를 감수할 자신이 없다면 규모가 있는 중소기업을 노리거나 아싸리 대기업을 노리는 게 나을지도.

스타트업은 하루아침에 잘되기도 망하기도 한다. 나는 그중에 어쩌면 최악을 경험했는지도 모르지만 후회는 없다. 위에 언급했던 것처럼 좋은 동료를 얻었고 많은 지식을 배웠다. 무조건 단점만 있는 회사는 없다고 생각한다. (있다면 죄송합니다. 당장 나오시길) 힘든 와중에도 무언가를 얻었다면, 가치 있던 시간이 아니었을까?

인생 첫 백수, 계획은?

이직 준비를 했던 2주를 제외하면 사실상 나에게 백수였던 기간은 없다. 휴학도 한번 하지 않고 빨리 커리어를 쌓기 위해 달려왔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엔 좀 쉬어가려 한다.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올해 12월까지 쉴 기간을 잡았다. 이 회고글을 쓰는 오늘부터 2020년 1월 1일까지 약 130일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그 기간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두루뭉술하게나마 목표를 잡아보았다.

우선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공부하고 싶었던 것들을 나열해보았다.

  • Python/Django 심화 학습
  • 알고리즘
  • Swift
  • Vue.js
  • Node.js
  • 네트워크 ...

꽤나 많았다. 하지만 취직을 위해서라도 내가 가장 집중해서 공부해야 할 것은 바로 Python과 Django라고 생각되었다 Python, Django 같은 경우에는 초급 단계는 넘어간 듯하다. 하지만 중~고급 단계라고 말하기에는 아직 미숙하다. 책과 강의를 통해 한번 더 점검하고 점프업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알고리즘 같은 경우에는 이주 전부터 하루에 1개씩 푸는 것을 목표로 진행 중에 있다. 이 부분은 다른 학습과 병행해서 진행하면 될 듯하다.

Swift는 토이 프로젝트로 앱을 출시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 공부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적기가 아닌 것 같다. 취직 후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현재 프런트엔드 프레임워크 중 사용할 수 있는 게 jQuery 뿐이라서, Vue를 한번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도 적기가 아니다. 취직 후에 다시 생각하자.

Node는 백엔드 언어를 하나 더 공부해보고 싶은 생각에 썼다. 우선 파이썬부터 마스터하자...

네트워크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충분히 Python과 Django를 공부하면서 함께 알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나는 9월에는 Python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10월에는 그를 바탕으로 Django를, 11월에는 Web과 Network 지식을 더 깊게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12월쯤에는 취직하면 좋겠지만 :) 남는 시간에 토이 프로젝트를 집중할 계획이다.

물론 학습 이외에 현재 진행 중인 외주가 있어서 9월 중순까지는 빠듯하게 일에 집중해야 할 듯싶다. 앞으로의 기간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준 기회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할 계획이다. 파이팅!